2025. 04. 25.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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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다시 그 일기장을 서랍에서 꺼내 첫번째 글이 쓰여있던 곳을 펴보았다. 어제는 훑어만 봤기에 충분히 리암과 헷갈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기에.
하지만, 내용은 그대로였다. 내가 오늘 겪은 일과 완전히 일치했다. 더 자세히 보니 내 글씨체와도 비슷한 것 같았다. 눈을 비비고 그 일기가 쓰였던 날짜를 보았다. 그리고 곧 다물어지지 않은 입으로 겨우 소리내어 읽었다.
"2033년 6월 17일... 오늘이잖아."
그때, 일기장 밑에 작은 얼룩인 줄 알았던 빨간 자국이 눈에 띄었다. 도장이었다. '성공'이라고 쓰여있는 게 왠지 섬뜩했다. 분명 없었던 것 같은 데다가, 방금 막 찍은 것처럼 손으로 만지면 한가득 묻었다. 나는 계속 우연이라고 웅얼거렸지만, 나 조차도 믿지 않았기에, 그건 거짓말에 불구했다.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한 장 넘겼다. 분명 어제는 없었던 일기가 하나 더 쓰여있었다. 또 나의 글씨체로 쓰여있었고, 날짜도, 도장도 아직 없었다.
'오늘은 너무 기쁜 날이었다. 리암이 나를 생일 파티에 초대해주었다. 다 내 단짝 덕분이다. 하지만, 그녀는 리암과의 의사소통이 더 원할하기에, 나의 적이다.'
나의 적이라니, 이 일기는 질투가 가득차있었다. 리암이 나를 생일 파티에 초대한다면, 정말 말할 수 없이 기쁘겠지만, '질투'는 내가 소린이에게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기 때문에, 어제 봤던 일기와 오늘 일어난 일은 연관지을 수 없다고 합리화시켰다.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다 되었을 때, 리암이 나와 소린, 그리고 몇 몇 남자아이들을 불렀다.
그리고 그의 주머니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며 서툰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내 생일파티에 올 수 있어?"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제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내가 헛것을 들었나 싶었지만, 생일파티 초대장을 받고 나서도 부인하긴 어려웠다.
그날 저녁, 소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린아. 나 진지해."
소린도 말투를 바꾸며 대답했다.
"응, 얘기해."
"나... 일기장을 새로 샀거든? 근데... 좀 이상해. 뭐랄까... 내 미래를 예측해."
"만우절도 아니고... 뻥치지 마. 유치해."
나는 억울한 마음에 부모님의 허락도 없이 소린을 우리집에 초대했다. 오늘은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꼭 증명하겠다고. 어차피 엄마는 출장가신데다가, 아빠는 집나간지 꽤 오래였다.
단짝이라 그런지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린이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일기장을 들고 문앞으로 갔다.
"어서 들어와봐. 그 이상하다는 일기장 보여줄게. 내가 거짓말을 칠 애가 아니잖아?"
소린과 함께 내 방으로 들어가 일기장을 폈다. 그리고 일기장이 리암과 떡볶이, 그리고 생일파티에 대해 예측했다는 걸 알려주었다. 하지만 질투의 예측은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너도 알다시피 내가 리암을... 음, 짝사랑하잖아."
리암 얘기를 너무 많이 했는지, 소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소린의 볼, 그리고 귀가 잘익은 토마토처럼 벌게져있는 걸 눈치챘다. 심장 소리도 유난히 잘들리는 것 같았다.
"괜찮아?"
내가 묻자, 소린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안믿는 거야? 일기장이 리암을..."
"알겠어. 믿어. 리암이 얘기는 그만할까?"
이때 알았다. 소린도 리암을 향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곧 질투심이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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