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24.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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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일기를 쓰기 위해 가방에서 새로 산 일기장을 조심히 꺼냈다.
아까 그 가게가 하도 어두워서 일기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일기장은 누군가 쓰다가 버린 것 마냥 낡아있었다.
"뭐야, 돈만 날렸잖아."
나는 불만에 찬 목소리로 일기장을 한 장 넘겼다. 그리고 곧,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일기장 첫번째 페이지에 이미 일기가 쓰여있었다. 이제는 정말 누가 버린 걸 돈 주고 가져왔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 일기의 내용은 이랬다; '오늘, 내 단짝친구와 떡볶이를 먹었다. 캐나다에서 교환 학생으로 왔다는 리암도 같이 가서 먹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도 내용을 읽어보다 보니 마음은 좀 풀린 것 같았다. 첫사랑의 행복은 나도 아직 느껴보지 못했기에, 이 글쓴이가 조금 부럽기도 했다.
다음날, 나는 학교에 갔다. 1교시 종이 울리기 직전, 담임이 금발의 외국인과 함께 들어왔다.
"이 아이 이름은 리암이야. 캐나다에서 교환학생으로 왔어. 한국어를 할 줄 알긴 하지만, 수업시간 아닐 때는 너희 영어 실력으로 대화해. 아직 적응하느라 힘들 거니까. 알았지?"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리암의 자기소개를 듣고 있던 나의 얼굴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리암은 나와 닮은 점이 너무 많았다. 취미도 스케이트보드 타기고, 좋아하는 음식도 떡볶이로 같았다. 물론 장난이었겠지만, 한국으로 교환학습을 온 이유도 떡볶이 하나 때문이라고 했다. 떡볶이를 '텈보키'라고 발음하는 것조차도 너무 귀여웠다.
두근거림이 들리지 않도록 노력하다, 갑자기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 일기장에도... 리암이라는 애가 있었는데.'
우연이라기에는 캐나다, 교환학생, 이름, 떡볶이까지... 너무 비슷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일기장은 잊고 리암과 친해져보기로 했다.
쉬는 시간, 나는 리암에게 다가갔다.
"어... 저기... 아, 아니... 헤... 헬로우..? 마이 네임 이즈 서라빛. 잉글리시 네임 이즈 라비나. 나이스 투 미트 유!"
귀끝이 불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리암은 그저 쭈뼛거리는 나를 보고 웃음을 짓고, "Hi."라는 말 한마디를 툭 던졌다. 허무한 기분도 들었지만,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때, 옆에서 내 절친 강소린이 다가와 나의 어깨를 툭 쳤다.
"야, 학교 끝나고 같이 떡볶이 먹으러 안 갈래? 리암도 같이 가자!"
리암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소린은 나에게 윙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학교가 끝나고 터질 듯한 심장을 움켜잡고 근처에 분식집으로 소린과 리암과 함께 걸어갔다. 떡볶이를 시키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좋다. 소린은 센스가 넘칠 뿐만 아니라 영어도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 내가 리암에게 한국어로 얘기하면, 소린은 리암에게 통역해주었다. 리암은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묻은 떡볶이 국물을 혀로 핥아먹었다. 웃음을 지으며 리암을 바라보는데, 또다시 일기장의 내용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뭐야... 괜히 심장 쫄리네.'
"라빛아, 왜 그래?"
소린은 내가 말이 없어졌다는 걸 눈치채고 바로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후로 각자 집으로 갈때까지 소린과 리암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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