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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하루

애나🍬

2025. 04. 23. 수요일

조회수 25

세상은 끝난다고 했다.
TV에서는 과학자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소행성. 정확히는 지름 72km짜리 돌덩어리.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23시간 48분이었다.
도시는 멈췄다.
사람들은 처음엔 패닉에 빠졌다가, 곧 조용해졌다.
어차피 모두 끝난다니까, 별로 소란스러울 필요도 없었다.
나는 회사에서 해고된 지 2일째였고,
그날도 여느 때처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 먹고 있었다.
"참....마지막으로 먹는 거 치고는 너무 심심하네. 이번생은 좀 간지나게 살고싶었는데."
입에 넣은 김밥을 씹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낡은 청자켓을 입은 여자였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지훈이야?"
나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유진이?"
잊고 살았던 옛사랑.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이름.
우리는 말없이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았다.
별로 특별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다.
그냥, 예전에 좋아하던 과자가 아직도 있냐고 물었고,
나는 뻥튀기 하나를 들고 계산대에 갔다.
"아무렇지 않게 만나서, 아무렇지 않게 끝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네."
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다들 떠들던 진짜 사랑, 그거 결국…
끝날 때 누가 옆에 있는지가 중요한 거구나."
밤이 되자 별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다.
마치, 우주가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침묵 속에서, 따뜻하게.
그 손은 고등학교 졸업식 날 놓쳤던 손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새벽 3시 42분.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다.
소리도 없이, 세상은 그 순간 멈췄다.

사람들은 세상이 끝날 땐 울거나 소리 지를 줄 알았지만,
대부분은 조용히, 가장 원하던 사람 옆에서 눈을 감았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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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새로운 소설
ㅇㅇㅇㅇㅇㅇ

2025. 04. 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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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단편소설 ㅎㅎ
애나🍬

2025. 04. 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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