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23.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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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아침이었고, 얼굴을 처음 본 건 지금이었다. 무표정한 얼굴, 낮은 눈썹, 조금은 무심해 보이는 눈빛. 근데도, 눈길이 자꾸 갔다.
“2조, 강시연, 김윤서, 박현준.”
선생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이름과 윤서, 그리고 낯선 이름 하나가 나란히 들렸다.
“대박…!” 윤서가 내 팔을 툭 쳤다. “같은 조 됐어. 완전 운명이다.”
“누가?”
“현준이. 어제 전학 온 애. 2반에서 실험 때문에 우리 반으로 온 거야.”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 그를 다시 봤다. 책상에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 딱히 특별한 건 없는데, 뭔가 시선이 머물렀다. 윤서 말처럼 잘생긴 건 맞았다.
과학실은 조용했다. 다른 조는 다들 시끄럽게 웃고 있었지만, 우리 조만 유독 말이 없었다. 윤서는 자료를 정리했고, 나는 실험 도구를 닦았다. 현준이는 조용히 실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짜, 말 한 마디도 없이.
선반 위에 있는 자석을 꺼내려다 실수로 옆에 있던 철판을 떨어뜨렸다. ‘쾅’ 하는 소리에 나도 놀랐고, 주변 조들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조심해.”
낮고 차분한 목소리. 현준이었다.
내가 놀라서 고개를 들기도 전에, 현준이가 선반 끝에 기울어진 유리판을 단단히 잡아주고 있었다. 내 쪽으로 미세하게 몸을 틀고.
한순간, 그대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고, 고마워…” 나는 말끝을 흐리며 몸을 뒤로 뺐다.
현준이는 “응.” 하고 짧게 대답한 뒤, 다시 말없이 돌아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런데 그 순간, 윤서를 힐끗 봤다. 웃고 있었지만, 평소처럼은 아니었다. 말은 없었지만, 뭔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눈빛.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윤서가 말했다.
“솔직히, 너 좀 놀랐지?”
“뭐가.”
“현준이. 아까 그거. 유리판 잡아준 거.”
“…그냥 위험했으니까 그런 거지.”
“흠~ 말투 왜 저래~”
나는 말없이 걸었다. 그런데 괜히, 자꾸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 무심한 얼굴. 낮고 담담한 목소리. 그리고, 손등에 닿았던 짧은 온기.
나는 그 순간을 잊으려 했지만, 머릿속에서는 자꾸 반복됐다.
그 애는 날 신경 쓴 걸까? 아니면, 그냥 우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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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23.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