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22.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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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가 주최한 연회는 눈부신 조명 아래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라비안과 아르세인, 그 둘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 시녀가 조심스럽게 붉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딱, 딱. 유리와 은쟁반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리엔은,
천천히 연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눈동자는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표정은 평온했고, 미소는 옅었지만——
심장은, 고요히 무너지고 있었다.
"황녀...님?"
라비안이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물었다.
아르세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잔을 들려 했다.
에리엔은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손을 뻗어 그들의 술잔을 들었다.
"…오늘은 제가 따르고 싶어요."
작게 웃으며, 에리엔은 잔을 들고 테라스로 향했다.
그리고—
촤악.
잔 속의 붉은 액체가 조용히 테라스 너머, 정원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 모습은 아무도 보지 못한 듯했지만,
황후는 그것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 시녀가 다시금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
에리엔의 표정이 약간 무너졌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술잔을 받아,
또다시 테라스로 향했다.
그리고, 같은 행동을 했다.
조용히 쏟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미소를 띠며 돌아온다.
황후는 말없이 시녀를 또 보낸다.
세 번째 술잔이 내려올 때, 에리엔은 그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막을 수 없다.
그녀는 깨달았다.
'계속 막기만 해선… 누군가는 결국 마시게 될 거야.'
에리엔은 천천히 잔을 들어 올렸다.
라비안이 이상함을 느끼고 물으려는 찰나-
한 모금.
두 모금.
모든 독을—
에리엔이 삼켰다.
입술에서 피맛이 맴돌았다.
하지만 에리엔은 끝까지 웃고 있었다.
"…두 분은 계속 자리에 앉아 계세요. 연회는 아름다워야 하니까."
속삭이듯 말하고, 그녀는 조용히 몸을 돌려 연회장을 나섰다.
그녀의 걸음은 처음엔 흔들림 없었다.
하지만 긴 복도를 걸어가는 내내,
눈앞이 흐릿해졌다.
심장이 뜨겁게 쿡쿡 쑤시고, 입안에 쓴맛이 퍼졌다.
손끝은 저릿했고, 숨은 깊게 가라앉았다.
구두 굽 소리가 점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쿵.
에리엔의 몸이 복도 한가운데 쓰러졌다.
하얀 기둥 옆, 노을빛 융단 위에 그녀의 몸이 조용히 안겼다.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그녀는 작은 숨을 몰아쉬며,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이렇게라도…지킬 수 있다면… 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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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22.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