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8. 월요일
조회수 98
불안해서 미칠 것 같다. 어디든 말해야만 성이 찰 것 같은데 붙잡고 이야기할 사람도 이런 말을 털어놓고 받을 시선을 감수할 용기도 없어서 생판 처음 보는 사이트에나 겨우 글을 쓴다. 사는게 버겁다. 이유는 내가 가장 잘 안다. 엄마는 내가 생각은 없는데 고민이 많은게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고민을 그만두려면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만 한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생각하라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고들 수록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간다.
'망했다'는 말은 쓰면 안된댔다. 사람 인생은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는 법이라고. 나도 안다, 내가 온갖 엄살을 피울지언정 꼭 '망한' 것도 아니다. 그런 말을 하겠다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진창에는 처박혀야지. 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무릎 높이의 파도에 허우적대며 죽는 소리를 내고 있다. 내 탓이다. 내가 제발로 걸어들어가놓고 무섭다고 우는 거다. 완벽하게 내 탓이다. 내가 잘못했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나만의 일이라는게 나를 절망스럽게 만든다... 내가 자초했는데 견딜 자신이 없어서 내가 도망쳤다. 도망치니까 상황은 악화됐다. 그럼 나는 내가 내 손으로 나를 망치고 있다는 생생한 자각 속에서 끝없이 두려워지기만 한다. 나는 상황을 더 나아지게 만들 방법을 안다. 그걸 굳이 하지 않겠다고 버텨서 더 악화시키기만 하는 건 내 잘못이다.
내가 잘못했다. 되도않는 트집으로 싸워서 제일 좋아하던 친구를 떠나보낸 것도 내 잘못이고, 그후 멘탈이 무너져서 일상까지 망가트린 것도 내 잘못이고, 과제를 미룬 것도, 공부를 안한 것도, 모든 의무와 인간관계에서 도망쳐버린 것도, 그래놓고 마주할 자신은 없어서 무섭다고 우는 것도 다 내 잘못이다. 누구든 붙잡고 사는게 너무 무서워서 죽을 것 같다고 울고 싶은데 붙잡을 사람이 없다. 아마 내가 다 쳐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핸드폰에 받지 않은 연락이 족히 열 통은 넘게 쌓여있다. 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알고 있는데, 그냥 사람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왜 이렇게 두려워졌는지는 모르겠다.
행동하지 않으면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나아지길 바란다면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사실, 나도 내가 나아지고 싶은게 맞는지 자신이 없다. 이제는 됐다는 생각도 든다. 도무지 발버둥칠 자신도 없고, 용기도 없고, 그만한 노력을 들이기에는 너무나도 게으르기까지 해서 큰일이다. 전부 포기하고 싶다.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대학에 왔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면 나아질 것 같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건 제대로 된 착각이다. 내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난 내가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1 자유 주제
0
✏️ '좋아요'누르고 연필 1개 모으기 🔥
부적절한 일기를 발견하셨나요?
의견을 주시면 꼼꼼하게 검토하겠습니다.
처리 결과는 별도 안내드리지 않습니다.
부적절한 댓글을 발견하셨나요?
의견을 주시면 꼼꼼하게 검토하겠습니다.
처리 결과는 별도 안내드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