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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릴리슈슈의 모든 것> (2001)

영화광

2026. 05. 24. 일요일

조회수 1

화면비: 1.78:1
주연: 이치하라 하야토 (하스미 유이치 역), 오시니리 슈고 (호시노 슈스케 역), 아오이 유우 (츠다 시오리 역)
주제: 가까운듯 먼 그대여

내 눈시울을 붉히는 영화는 흔치 않다. 중2병이나 울지 않는 모습이 쿨해보여서가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나의 마음 깊숙히 와닿을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니었다. 눈시울이 붉어졌고, 그 여파에 밤새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무엇이 그렇게나 강렬했을까? 정교한 스토리라인 따윈 없다. 따지고보면 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을 얕게 훑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그런데 왜? 무엇이 그렇게 내 마음을 흔들었을까?

{현재는 괴롭고 과거는 아름답다?}
다들 릴리슈슈의 모든 것을 보곤, 편집이 독특하다는 말을한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왜 여기서 끊지?라고 의문이 드는 편집점도 있었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헷갈리게 하는 요소들도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영화의 장면을 서두 없이 떠올리던 중, 문뜩 무릎을 탁 쳤다. 아! 기억이구나. 그 영환 누군가의 기억이었구나. 기억은 순서가 없다. 또한 우린 과거의 일은 자동 보정이 되어 아름다운 순간들이 남는 경우가 많고, 현재는 언제나 그랬듯 괴롭다. 실제로 영화 속 파릇파릇하고 우정 넘치던 장면들은 모두 '과거' 아니었던가.
왜 우린 과거엔 끝없는 아련함과 그리움을 느끼면서, 현재엔 고통스러워할까? 그렇다고 과거는 거짓일까? 없던 일이었을까? 그건 아니다. 그리고 또한 지금의 현재가 언젠가 추억이 될 것이란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 마디 더 거들자면, 고통밖에 없는 기억은 추억이 되지 않는다. 나는 여드름이 많았어서 피부과를 다닌적이 있다. 지옥이었다. 얼굴을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고통이 1시간 넘도록 계속 되었다. 이 기억은 떠올리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절때 추억으로 미화되지 않을 기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통해 결국 우리의 과거 즉 현재였던 순간들이 고통뿐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점이 나는 행복했다. 지금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이 기억이 추억이 될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지금 당장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는 뜻 아닐까?

두 번째로 독특한 것은 촬영이었다. 햇빛에 강렬하다 못해 선크림을 바르고 봐야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노출을 상당히 높게 하고 찍는 것 같은데, 이 점이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평이나 인터뷰를 찾아보면, 그는 확실히 허무주의의 성격이 짙은 것 같다. 희망을 운운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과거라고 생각한다. 태어났을 때 부터 지하감옥에 살던 사람은 그곳이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별 생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넓은 고원에서 뛰논 아이가 지하감옥으로 간다면,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그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을 너무나도 잘 잡는다는 것이다. 츠다 시오리가 연날리는 것을 볼 때 롱샷으로 갑자기 그녀를 잡으며 서정적인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면에선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화에서 중심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설정은 '익명'이다. 이젠 익명이 모두를 획일화하거나, 가짜의 삶, 뭔가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익명 속에선 진실될 수 있다. 이것도 내 모습, 저것도 내모습 익명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이다. 왜 이 영화에서 익명 커뮤니티가 주요한 요소가 되어야 했을까?
작 중 호시노가 이런 대사를 했다. "나에대해서 아무도 몰라. 사실 전교 7등인데 다들 1등으로 알고있잖아." 그렇다. 우리는 내가 아닌 누군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전교 1등으로 비춰지는 그의 모습이 가짜인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인식되는 모습이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대학에, 명품에, 직위에 목숨거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나만이 생각하는 나의 진정한 모습은 다른 차원이다. 그리고 진정한 나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면에서 슌지 감독이 악역을 맡고 있는 호시노를 어떻게 담고 있는지를 볼필요가 있다. 단지 그를 악인으로만 담고 있지 않다. 릴리의 노래를 들으며 고함을 지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은 일이 엮여 있구나, 누군갈 미워하지 않으면 미쳐버리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만큼. 더군다나 그는 두 번의 죽음을 당했던 존재였지 않은가. 그의 행동을 정당화 하거나 미화하는게 절대 아니다. 잘못은 잘못이돼, 감독도 나도, 이 영화 속에서 누군가의 잘못보단 상처에 눈길이 갈 뿐이다.

{미친 듯이 섬세한 연출}
수 많은 비극들을 겪은 후 주인공이 피아노 의자 위에 올라가 마치 자살한 듯한 느낌을 받겠끔 유도한 장면이 있다. 나는 이 장면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게, 관객이 언제 이 장면을 보았을 때 주인공이 자살을 했다고 착각할까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뒤이어지는 미용실 장면에서도 원랜 별 것아닌 장난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죽음을 앞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섬뜩함을 일본 영화가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에서, 아내가 자살한 모습을 바라보는 주인의 모습을 담은 장면이 그러했다.

그 외에도 하고 싶은 말은 정말로 많지만, 영화처럼 너무 서두가 없어서 쓰진 않겠다. 이 영화는 정말 그냥 감성 덩어리이다. 한 번쯤 인생을 돌아보고 싶다면 꼭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다.
별점: 5

별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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